요즘 유난히 윤하의 보이스가 여기저기 들려옵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노래는 <사건의 지평선>이 있는데요.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꽉 막혀 있던 답답한 마음이 광활히 펼쳐지는 우주가 환기되는 것처럼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과연 이 곡이 어떤 부분에서 대중들의 픽을 얻었을까요.


사건의 지평선이 떠오르면서 활발한 공연 활동을 하는 윤하

일렉트릭 기타의 청량하고도 귀에 쏙 들어오는 전주가 먼저 심금을 울리는 <사건의 지평선>은, 제목만 봤을 때는 도통 어떤 노래인지 가늠하기가 힘듭니다. 과학용어가 익숙한 이과생들은 대번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생소한 사람들은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포털에 검색도 해보고 노래도 반복해서 듣게 되죠.

윤하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우리의 이별에 비유했습니다. 사건의 지평선이란 아주 강력한 중력으로 어떤 것이든 빨아들이는 블랙홀 주변에 형성된 경계선으로, 그 선을 넘어 들어가면 모든 게 사라집니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죠. 다시 말해, 헤어짐 그 자체는 너와 나의 블랙홀인 것 같지만 사랑의 추억은 수많은 별이 되어 소멸되지 않고 각자의 시공간에 존재하기에, 이별은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는 길모퉁이 즉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것이죠.


사건의 지평선 위에 있는 가수 `윤하`

특히 이 곡은 지난 3월 공개되었지만 반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역주행하고 있는데요. 기존 역주행 곡들이 아이돌의 퍼포먼스 곡 위주였다면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은 오로지 귀로 들려오는 노랫소리로 역주행을 이끌었습니다. 더욱이 이 곡이 수록된 윤하의 정규 6집 앨범 《END THEORY : Final Edition》 전체가 사랑받고 있으니, 가히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건 물론이고요.

윤하는 이번 앨범이 ‘시간의 흐름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떤 쓸모가 있는 사람일까’하는 존재론적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말했어요. 과학 주제 영상을 워낙 좋아한다고 말이죠. <사건의 지평선> 외에도 앨범은 <오르트구름>, <살별>, <물의 여행>, <별의 조각> 등 꼭 과학 다큐와 같은 제목의 노래들로 채워져 있는데요. 그 중 ‘오르트구름’이란 태양계를 둘러싼 머나먼 공간에서 혜성이 발생되는 지점으로, 윤하는 동명의 곡을 통해 ‘꿈’을 노래했고, ‘살별’이란 혜성이라는 뜻으로, 윤하는 동명의 곡을 통해 우리 삶의 여정을 철학적으로 노래했습니다. 이미 윤하는 <혜성>이라는 곡을 대중과 공유한 바 있는데요. 이렇듯 윤하의 많은 노래들에 관심을 가지고 이번 6집을 섭렵한다면,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와 감성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 3월에 발매된 6집 리패키지 `END THEORY : Final Edition` 앨범 구성과 회자되고 있는 2007년 발매된 혜성 앨범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을 과학이론들을, 윤하는 가요를 통해 새롭게 조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중들은 음악을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탐구활동까지 자발적으로 하게 되었죠. 그럼으로써 음악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문화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윤하의 6집 앨범은 대중가요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