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Even of Day) ‘뚫고 지나가요’(2021)’ -숨어 있던 진짜 데이식스

2025.04.21 DAY6(Even of Day)   ‘뚫고 지나가요’(2021)’ -숨어 있던 진짜 데이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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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DAY6)를 오래 전부터 애정했다. 그래서 그들이 2024년 정상에 올랐을 때 평론가라는 직업을 떠나 뿌듯하고 그랬다. 이유는 별 거 없다. 그간 글과 말을 통해 데이식스를 꾸준히 추천했는데 괜히 내가 보상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데이식스의 히트곡은 무진장이다. 지금 당장 멜론 차트에 들어가봐도 “Happy”(2024), “Welcome to the Show”(2024),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2019) 등이 올라있다. 이 중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이미 데이식스의 대표곡을 넘어 한국 대중음악의 명곡으로 인정받는다. 음악 전문가의 평가와 대중적인 인지도 모두에서 데이식스 커리어의 봉우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데이식스 관련 노래 중 최애를 선택하라고 하면 다른 곡을 언급할 것이다. 그렇다. 바로 이 곡, 이븐 오브 데이(Even of Day)의 “뚫고 지나가요”(2021)다. 우선 이븐 오브 데이를 포함한 데이식스의 음악적 특징을 나열해본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구성이 깔끔하다. 그들은 현대 대중음악의 틀, 정확하게는 편곡이라는 측면에 있어 자잘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요컨대 직관적으로 와 닿는 맛이 상당한 음악이다.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캐릭터를 멜로디와 화성을 통해 잘 살려낸다. 이를테면 다음 같은 것이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언제나 예상을 하면서 감상한다. “이 다음에는 이렇게 전개되겠지”하는 식으로 무의식 중에 기대를 품으면서 음악을 플레이한다. 데이식스는 뭐랄까, 이걸 “매력적으로” 배신하는 밴드다. 중요한 점이 있다. 배신의 강도가 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상 체계로 설명할 수 있다.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보상을 원한다. 내가 듣고자 하는 그 무엇을 들었을 때, 더 나아가 내가 예상하는 흐름에서 그 음악이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기분 좋게 엇나갈 때” 우리는 제대로 보상 받았다는 쾌감을 획득한다. 좋은 음악이라는 것이 별 게 아니다. 이 보상 체계가 잘 작동하면 그게 좋은 음악이 된다.

“뚫고 지나가요”는 일단 반음계 진행이 잦고 코드 진행도 복잡하다. 스타카토에 2마디 리듬 패턴이 반복되는 초반부 역시 연주 난도(難度)가 상당히 높다. 또, 5도권(Circle of fifth)을 하나씩 밟는 후렴구의 마이너 코드 진행은 3코드나 4코드가 대세였던 당시 케이-팝에서 굉장히 드문 경우였다. 여러모로 음악력이 만만치 않은 곡이다.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듣기에 수월하다고 해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훌륭한 곡이 대개 이렇다. 자세히 뜯어보면 음악적인 기반이 탄탄하게 놓여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도 능란하고, 감정적으로도 설득력 있는 노래다. 이런 노래는 제목 그대로 우리를 뚫고 지나간다. 그리하여 단 한번의 청취로 수십 번의, 어쩌면 수백 번의 반복 청취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이렇게 모든 요소가 다 이유가 있어서 거기에 있는 곡을 만나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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